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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이야기] ICT가 선도하는 세계화로 산업 경쟁의 개념도 달라져요
한국경제 | 2019-10-21 09:01:52
‘경쟁’이라는 단어는 때로 경주와 동의어로 사용된다. 경쟁은 반드
시 상대방을 이겨야 하는 과정처럼 느낀다. 경쟁에는 반드시 승자와 패자가 있
게 마련이고, 나에게 유리해졌다면 너에게는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행위라고
여긴다. 즉, 경쟁의 결과가 상대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달리기의 목적이
누군가보다 빨리 달리기 위함이 아니라 살을 빼기 위해서라면 함께 달리는 사람
모두가 승자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결과는 상대적이기보다 본인의 절대적
인 노력에 달려 있다.

세계화의 변화로 달라지는 경쟁의 개념

정보통신기술(ICT) 혁명이 발생하기 이전의 세상에서 생산의 전 단계는 한 국가
내에 위치했다. 생산이 국가적 차원의 과제였기 때문에 생산의 증가, 즉 성장
은 국가 경쟁력 강화의 필수조건이었다. 따라서 생산에 투입되는 자본에 대한
투자가 중요했다. 투자가 이뤄지기만 한다면 그 대상이 사회기반시설이든, 사람
이든 혹은 지식이든 상관없었다. 충분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점을 문제 삼았
을 뿐 투자의 대상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정책 역시 파급효과가 높은 분야에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ICT 혁명으로 인해 지식의 이동비용이 낮아지면서 경쟁력의 개념이 바뀌
기 시작했다. 선진국들의 생산시설이 전문지식과 함께 저임금 국가로 이전됐다
. 개발도상국에서의 생산품일지라도 선진국에서 생산할 때와 동일한 질을 유지
하기 위해서는 전문지식이 함께 이전해야만 했다. 생산 형태가 변하다 보니 정
부 입장에서는 국제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생산요소와 그렇지 못한 생산요소를
구분해 관리할 필요가 생겨났다. 경제학자 엔리코 모레티는 그의 책 「직업의
지리학」을 통해 혁신산업 부문에서 새롭게 생겨난 일자리 한 개는 해당 지역
에 추가적인 1.6~5개의 일자리 증가에 기여하는 반면, 선진국이 해외에서 만들
어낸 일자리는 이런 파급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이는 국가 경쟁력
의 원천이 국제적인 이동성은 낮으면서 국내에서 큰 파급효과를 발생하는 생산
요소임을 의미한다. 국가 경쟁력 향상을 위한 정책의 초점이 ICT 혁명 이전과
이후에 달라져야 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경쟁 개념의 변화와 산업정책의 재설계

한 세기 이상의 기간 동안 공장은 한 국가의 생산을 책임지는 부엌과 같은 공간
이었다. ICT 혁명 이전의 생산이 국내 문제였던 시기에 공장의 능력은 곧 한 국
가의 생산력이었다. 하지만 1990년에 시작된 생산 단계의 분할과 해외 이전으로
노동집약적 제조 단계가 저임금 국가로 옮겨가면서 생산비용은 급격히 낮아졌
고, 선진국들의 수익성은 더 높아질 수 있었다. 제조업 가치사슬의 분화가 시작
된 것이다.

생산 단계는 하나의 상품처럼 저임금 국가로 수출됐지만, 생산 전후의 서비스는
여전히 선진국에 남았다. 즉, 제조와 관련된 서비스의 부가가치는 점차 커지고
, 단순 제조의 부가가치는 점점 작아졌다. 이는 이전 세대에서 생산에서 발생하
던 부가가치의 대부분이 생산 이전의 서비스 단계와 생산 이후의 서비스 단계로
이전됐음을 의미한다. 아이폰 뒷면에 적힌 ‘Designed by Apple in Cali
fornia’라는 문구는 이런 변화를 함축한다. 이는 21세기의 부가가치는 생
산이 아니라 서비스에서 창출되므로, 산업정책의 초점이 제조에 한정되지 않아
야 함을 의미한다. 즉, 제조와 관련된 서비스까지 염두에 둔 산업정책이 국가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음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도시의 중요성

한편, 서비스 부문의 생산력은 도시에서 극대화된다. 서로 다른 아이디어를 가
진 사람들 간에 발생하는 지식과 지식의 경쟁을 통해 서비스 경쟁력이 향상되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정부는 2010년 발간한 「2040년의 네덜란드」라는 분석보
고서를 통해 도시를 고등교육을 받는 사람들이 모여들며, 대면 접촉이 활발해지
는 장소로서 생산성이 성장하는 장소로 정의한다. 좋은 일자리는 더 이상 제조
에 있지 않고, 생산 전과 후의 서비스에서 발생한다. 그리고 서비스 부문의 일
자리는 주로 도시에 분포한다. 도시가 곧 21세기 공장인 셈이다. 지식의 이전비
용이 더 낮아지고, 기술(VR·AR, IoT, 5G, Big data 등)의 발달로 노동자
로부터 노동서비스의 분리마저 가능해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국가 경쟁력이
결국 인적자본과 도시 발전에 달려 있음을 이해할 때 더욱 효과적인 정책 수립
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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