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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오늘 우리는 옷깃을 여미고 ‘전쟁 영웅’을 보낸다
edaily | 2020-07-15 05:00:00
대한민국을 6·25전란의 백척간두 위기에서 구해낸 고 백선엽 장군의 영결식이 오늘 거행된다. 마지막 가면서도 전쟁 당시와 같은 차림의 전투복을 입고 땅속에 묻힐 것이라니, ‘전쟁 영웅’이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다. 경북 다부동을 비롯해 당시 격전지에서 퍼온 흙을 무덤에 뿌려달라는 것도 그의 유언이라고 한다. 광화문 분향소에 옷깃을 여미고 늘어선 시민들의 모습에서도 구국의 영웅을 떠나보내는 안타까운 분위기가 드러난다.

그러나 착잡한 마음도 없지는 않다. 고인의 젊었던 시절 만주군 경력을 이유로 들어 친일분자라고 폄훼하는 견해들이 있기 때문이다. 장지로 결정된 대전현충원을 거론하며 오히려 일본 야스쿠니 신사로 가는 게 마땅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북한 김일성 정권에 참여하고 요직까지 지낸 김원봉에게 독립운동을 했다는 명분을 앞세워 서훈을 추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던 것과 비교하면 너무 대조적이다. 이념과 진영에 따른 편가르기가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하다는 얘기다. 이런 현실에 고인이라고 어찌 편히 잠들 수 있겠는가.

정부 차원의 예우도 소홀했던 측면이 다분하다. 심지어 미국 국가안보회의(NSC)까지 고인을 기리는 애도 성명을 냈는데도 우리 정부는 여전히 침묵만 지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빈소에 조화를 보냈고, 노영민 비서실장이 빈소를 찾아 조문한 것으로 할 일을 다했다는 분위기다. 집권당도 제대로 된 논평 하나 내지 않고 지나가는 중이다. 그제 치러진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대한 장례식과도 비교가 된다. 광화문에 마련됐던 분향소조차 젊은이들이 자발적으로 설치한 것임을 분명히 기억할 필요가 있다.

고인이 묻히게 되는 대전현충원이 최고의 전쟁영웅을 모시는 예우에 합당한지도 의문이다. 동작동 서울현충원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러 더 모실 자리가 없다는 이유에도 불구하고 송구스런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다. 대전현충원의 예우 수준이 서울현충원에 뒤질 리 없겠지만 “전사한 전우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고인의 평소 유지를 지킬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인이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켰던 구국의 정신은 앞으로도 줄기차게 계승돼야 한다. 그것이 영웅을 추모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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