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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사기꾼" 비판하던 긴즈버그, 하늘의 별이 되다
한국경제 | 2020-09-19 15:32:32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국 연방대법관이 18일(현지시간) 향년 87세로 별세했다
.

연방대법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긴즈버그 대법관이 췌장암 전이에 따른 합병증
으로 워싱턴에 있는 자택에서 별세했다고 발표했다. 긴즈버그는 2009년 췌장암
수술을 받았고, 2018년 폐암 그리고 지난해 췌장암 등 총 5차례나 암과 싸웠다
. 올해는 간에서 암 병변이 발견돼 항암치료를 받던 중이었다.

긴즈버그 대법관은 2016년 대선 당시 인터뷰에서 공공연하게 도널드 트럼프 공
화당 후보를 사기꾼(faker)라고 칭했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에도 각
을 세웠다. 그는 컬럼비아대 로스쿨 교수를 거쳐,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인
1993년 여성으로서는 두번째로 연방대법관으로 임명됐다. 무려 27년이나 연방
대법관으로 재직한 셈이다.

그는 취임 후 여권 신장에 힘썼다. 남성 생도의 입학만 허용하던 버지니아군사
학교에 여성을 받거나 아니면 주 정부의 예산 지원을 포기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 미국 연방대법관에 몇 명의 여성이 적당한가라는 질문에 "9명"이라
고 답했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또 사형제도의 제한적 허용에 찬성했다. 긴즈버그가 연방대법관으로 재임하는
동안 지적 장애가 있거나 18세 미만의 범죄자에 대해 주 정부가 사형을 집행하
는 것은 위헌이라는 판단이 나왔다. 성소수자나 인종차별 문제에 대해서도 본인
의 의견을 굽히지 않고 소수의견을 내 이들의 권익을 옹호하는 목소리를 냈다.


앞서 컬럼비아대 로스쿨 교수 시절엔 생물학적 의미가 강한 섹스(sex) 대신 사
회적 가치를 담은 젠더(gender)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도 유명하다. 이후 젠더라
는 용어가 일상화됐다.

긴즈버그는 이런 이력을 통해 미국에서 '진보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 특히, 여성과 젊은이들 사이에서 록스타와 같은 인기를 누렸다. 젊은이들은
긴즈버그의 이름 영문 이니셜인 'RBG'에 미국 인기 래퍼 노토리어스 B
.I.G의 이름을 합쳐 '노토리어스 RBG'라고 부르며 열광했다. 긴즈버그
의 삶을 다룬 영화와 다큐멘터리도 최근 몇년 새 속속 개봉된 바 있다.

그간 긴즈버그의 건강상태는 법조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대법원의 이념 지형이 보수 5대 진보 4로 나뉜 상황에서 그가 복귀하지 못할 경
우, 트럼프 대통령이 보수 성향의 대법관을 임명할 수 있어서다. 대법원의 이념
지형은 보수 쪽으로 기울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긴즈버그도 이러한 문제를 의
식한 듯 은퇴를 미루며 대법관 자리를 지키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긴즈버그의 별세로 새로운 대법관 임명 문제가 논란이 될 것으로 예상된
다. 특히 미 대선까지 6주밖에 안남은 만큼, 긴즈버그의 자리에 트럼프 대통령
이 새로운 인사를 지명할지 아니면 대선까지 공석으로 둘 지가 쟁점이 될 것으
로 보인다.

그의 별세 소식에 미 정치권에서도 애도 메시지가 잇따랐다. 미네소타주에서 대
선 유세 연설 중 긴즈버그 대법관의 별세 소식을 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
그는 놀라운 삶을 이끌었다"며 조의를 표했다. 다만 후임 대법관 임명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도 "매우 슬픈 소식"이라고 애도했다. 이
어 "새 대법관은 미 대선 이후 선출되는 새 대통령이 선임해야 한다"
;고 밝혔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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