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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딸 찾아헤맨 母情…"한번만 안아보고 싶다" [가족찾기]
파이낸셜뉴스 | 2025-09-15 18:35:03
1991년 2세때 대구서 실종된 이다은씨
앞니 톱날처럼 갈라졌고 등과 팔에 흰점
어머니 장원자씨 "너를 버린게 아니란다"



"딸이 버림받은 것으로 생각하고 엄마를 찾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부모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그저 미안하고 또 미안할 따름이에요."

장원자씨는 30여 년 전 잃어버린 딸 이다은씨(현재 나이 37·사진)를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금도 스스로를 "다은이 엄마 장원자입니다"라고 소개한다. 딸이 사라진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자신이 엄마라는 사실만큼은 변하지 않는다는 마음 때문이다.

이씨는 지난 1991년 3월 12일 대구 남구에서 실종됐다. 장씨가 딸을 집 앞 목마에 태워놓고 잠시 집안일을 보는 사이였다. 당시 이씨는 만 2세로 혼자 걸어서 멀리 가기 어려운 나이였다. 장씨는 이날 아침 시어머니에게 '애만 돌보고 집안일을 하지 않냐'며 꾸지람을 들은 터라 아이에게 소홀했다고 회상했다.

시어머니는 동네 사람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딸을 데려가는 것을 봤다고 전했다. 유괴 가능성을 의심했지만 끝내 어떠한 연락도 오지 않았다.

그러나 장씨의 남편과 시어머니는 딸의 실종에 냉담했다. 장씨가 딸을 찾아 헤매고 식음을 전폐할 때도 '산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무심했다고 한다. 장씨는 이때부터 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폭행까지 일삼던 남편과는 십수 년이 지난 뒤 결국 갈라섰다.

장씨는 딸을 찾아 동네를 샅샅이 뒤졌다.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하고 전단도 뿌려봤지만 이씨의 행방은 알 길이 없었다. 심지어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무속인을 찾아가 굿을 하기도 했다. 간혹 이씨를 닮은 아이를 발견했다는 제보를 받으면 한달음에 달려갔지만 번번이 허탕이었다. 딸을 찾으며 생계까지 도맡았던 장씨는 점차 지쳐갔다.

장씨는 화장할 때마다 어린 딸이 '나도 화장해 달라'며 조르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이씨를 데리고 장 보러 갈 때면 김밥 한 줄에 바나나맛 우유를 사 먹던 것도 잊지 못할 추억 중 하나다.

장씨는 딸과의 추억을 이야기하며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거리에서 딸 또래 여성을 볼 때마다 눈물이 난다고 했다. 장씨는 "다은이도 지금쯤이면 어엿한 성인이 돼 결혼을 할 수도 있을 나이"라며 "다은이게 좋은 옷이라도 한번 해줄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며 울먹였다.

장씨는 딸이 평생 자신을 버림받은 사람으로 여기며 불행하게 살았을지 모른다며 걱정했다. 경찰에 DNA를 등록하고 아동권리보장원에 실종자 등록을 했지만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는 이유도 엄마에 대한 원망 때문일 수 있다며 한탄했다.

그는 "다은이가 자신이 버려졌다고 믿고 슬퍼할 생각을 하면 억장이 무너진다"라며 "언젠가 다시 만난다면 '엄마가 잃어버려서 너무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은이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자랐으면 좋겠다"며 "딸을 찾아 한 번만이라도 안아보는 게 평생의 소원"이라고 덧붙였다.

이씨는 실종 당시 머리가 길고 앞니가 톱날처럼 갈라져 있었다고 한다. 등과 팔에는 흰 점이, 왼쪽 손목에는 희미한 점이 있었다. 옷은 빨간색 티셔츠와 빨간색 긴 바지, 흰 운동화 차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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