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은영의 전지적 산재 시점] 근골격계질환 산재 인정을 위한 "추정의 원칙"
프라임경제 | 2025-09-05 10:39:18
프라임경제 | 2025-09-05 10:39:18
[프라임경제] 근골격계 질병은 특정 신체 부위에 반복적인 부담이 가해지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근육, 인대, 힘줄, 추간판, 연골, 뼈, 그리고 관련된 신경과 혈관에 미세 손상이 누적되면 결국 통증이나 기능 저하로 이어진다. 이러한 질환은 직업적 요인과 연관성이 있지만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받기까지는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실제로 2024년 근로복지공단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질병별 판정현황에 따르면, 근골격계 질병으로 산재 신청된 건수는 총 1만7646건이다. 이 중 1만1146건이 인정되었고, 6500건이 불승인됐다. 전체 승인률은 63.2%로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상당수 근로자가 여전히 산재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와 같이 근골격계 질병 신청 건수가 높아지며 도입된 제도가 바로 '추정의 원칙'이다. 추정의 원칙이란, 일정한 상병과 직종, 근무기간, 유효기간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 업무 관련성이 강하다고 평가하여, 현장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질병판정위원회 심의로 넘어가는 제도이다. 제도의 취지는 산재 처리 기간의 단축과 근로자의 입증부담 완화에 있다.
예를 들어 △용접공 △형틀목공 △미장공 △배관공 △자동차정비공 등은 대표적인 적용 직종으로 꼽힌다. 공단은 근로자에게 자주 발병하는 6대 근골격계 질환, 즉 경추간판탈출증(목), 요추간판탈출증(허리), 회전근개파열(어깨), 반월상연골파열(무릎), 수근관증후군(손목), 상과염(팔꿈치)에 대해 추정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제도가 산재 승인의 만능 열쇠는 아니다. 추정의 원칙이 적용되려면 반드시 모든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직종이 한국표준직업분류와 일치하거나, 그렇지 않을 경우 공단의 직종 정의서에 부합해야 한다. 또한 근무기간이 국세청 자료나 4대 보험 기록 등 객관적인 증거로 확인되어야 하며 유효기간은 신체부담 업무를 중단한 다음 날부터 최초 진단일까지의 기간을 의미하는데, 이 역시 엄격하게 따져진다.
더 중요한 점은 추정의 원칙이 적용되더라도 자동 승인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현장조사가 생략될 뿐, 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실제 심의 과정에서 △신체 부담 정도 △직업력 △간헐적 작업 여부 △비고정 작업 수행 여부 △종사기간 △질병의 상태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다.
따라서 추정의 원칙 대상자라 하더라도 업무 관련성이 낮다고 판단되면 불승인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는 단순히 직종과 상병이 일치한다고 해서 무조건 인정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결국 근로자 스스로 어떤 작업을 수행했고, 그 과정에서 어떤 부담 요인이 있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주장하고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전문가의 도움이 절실하다. 근골격계 질병은 일상적으로 또는 나이로 인해 흔히 발생하는 질환인 만큼, 업무와의 인과관계를 설득력 있게 설명하지 않으면 산재 승인을 받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와 함께 실제 근무 내용과 부담되는 작업을 구체적으로 조사해야 하며, 질병 발생 경로를 어떻게 정리하고 주장할지 전략을 세워야 한다.

강북노동자복지관 법률상담위원
서울외국인주민지원센터 전문상담위원
이시각 주요뉴스
이시각 포토뉴스


- 한줄 의견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