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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AI 고등어 양식, 식량 위기 해결" 유철원 메가플랜 대표
프라임경제 | 2025-10-01 18:20:11
[프라임경제] 바다는 인류에게 식량을 주고 쉼을 안겨주며 늘 곁을 지켜왔다. 그러나 지금 바다는 침묵 대신 신호를 보내고 있다. 쓰레기를 감내하던 바다는 이제 수위 상승과 수온 변화로 경고음을 울린다. 가장 먼저 흔들린 것은 수산자원이다. 밥상을 지켜주던 바다가 더는 든든한 울타리가 아니다.


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고등어·참치를 포함한 고등어과 어족 자원은 1970년에서 2010년 사이 무려 74% 감소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또한 지속 불가능한 수준의 남획이 늘어나고 있음을 거듭 경고했다. 실제로 한국에서도 변화는 피부로 다가온다. 국산 고등어 한 손이 7100원을 넘기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갈치 △광어 △새우 등 주요 어종 가격도 일제히 상승했다. '피시플레이션(Fishflation)'이라는 말이 현실이 된 것이다.

이처럼 수산물 인플레이션이 차례상과 밥상 물가를 위협하는 가운데, AI 기반 육상양식 기술로 '국민 생선' 고등어를 키워내는 스타트업이 등장했다. 바로 제주에서 출발한 메가플랜(대표 유철원)이다.

양식 불가능하던 고등어, AI가 길을 열다

2025년 9월, 제주시 구좌읍의 한 육상양식장. 이곳에서 유철원 메가플랜 대표는 고등어 양식의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었다. 고등어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양식이 불가능한 어종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메가플랜은 연중 산란과 표준화된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며 양식산 고등어 상업화를 현실로 만들고 있다.

2019년 설립된 메가플랜은 국내 최초로 고등어 연중 산란 기술을 확보했다. 빛과 수온을 정밀하게 제어해 자연의 생체 리듬을 인공적으로 구현하는 방식이다. 기존의 해상 가두리 양식은 자연산 치어를 잡아 기르는 방식이지만, 메가플랜은 알에서 성어까지 전 주기를 육상에서 통제하는 '완전 양식'에 성공했다.

조선소 출신 CEO, 바다를 다시 설계하다

삼성중공업(010140) 출신으로 해양건축 분야에 몸담았던 유철원 대표는 원래 크루즈 선박과 호텔을 설계하던 엔지니어였다. 2019년에는 '건축+VR' 융합 기술 스타트업을 세웠지만, 미수금과 자금 회수 문제로 사업 전환을 고민했다. 그가 수산업으로 눈을 돌린 이유는 명확하다.

유 대표는 "제주에서 태어나고 자라면서 바다를 가까이해왔다"며 "그중에서도 고등어는 맛은 뛰어나지만, 예민한 어종이라 양식은 불가능하다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국민 생선이라고 불리는만큼, 도전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지금의 메가플랜을 창업한 이유"라고 전했다.

고등어는 스트레스에 취약하다. 끊임없이 헤엄쳐야 살 수 있다. 사소한 수온 변화나 용존산소(DO), pH의 미세한 차이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메가플랜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24시간 실시간 수질 모니터링과 AI 기반 자동 제어 시스템을 도입했다.

용암해수·AI, 고등어 생존률 개선

메가플랜의 차별화된 강점은 제주 용암해수 활용이다. 용암해수는 미세플라스틱과 병원균이 거의 없는 청정 자원으로, 고등어 생존률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여기에 AI 기술을 접목해 수온·빛·산소를 정밀하게 제어하며 연중 산란이 가능한 환경을 구현했다.


용암해수는 바닷물이 화산암반층을 거치며 자연여과돼 육지 지하로 스며든 물이다. 미네랄과 영양염류가 풍부하면서도 유기물과 병원균이 거의 없어 제주에서만 확보할 수 있는 독자적 자원이다.

해양심층수는 수심 200m 이상에서 취수해야 해 배관 설치와 관리 비용이 높다. 반면 용암해수는 육지에서 취수할 수 있어 비용 부담이 적고, 화산암반층에서 유래된 미네랄 성분을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올해 5월 메가플랜은 고등어 연중 산란에 성공했다. 유 대표는 "기존에는 특정 계절에만 산란해 양식도 한정적이었다"며 "우리는 인공적으로 계절을 설계해 연중 수정란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메가플랜은 하루 2만톤의 용암해수를 사용한다. 수온을 낮추면 식감이 단단해져 횟감용으로 출하하고, 온도를 높이면 지방 밀도가 올라 풍미가 강한 고등어를 생산한다.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연말까지 10만 마리 출하를 목표로 하고 있다.

메가플랜 고등어는 지방 함량과 식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위생 면에서도 자연산보다 뛰어나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노량진 수산시장에 시범 출하했을 때, 중도매인들은 "정말 양식이 맞느냐"고 되물을 만큼 품질을 인정받았다.

스마트양식, 수산업을 데이터로 바꾸다

메가플랜은 △Vision AI △IoT 기반 원격 제어 △디지털 트윈 CFD(유체역학 시뮬레이션)까지 도입해 스마트 양식을 고도화하고 있다. 카이스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와 컨소시엄을 구축해 자동화 기술을 공동 개발 중이며, 클라우드 기반 중앙 통제 시스템도 가동 준비 중이다.

유 대표는 "수산업은 아직 경험과 직관에 의존하는 영역이 많다"며 "자사는 데이터와 기술로 구조를 바꿔 편리함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스마트양식은 '푸드테크'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노르웨이·일본 등 전통적 수산 강국들은 이미 대규모 자동화 설비와 IoT 기술을 양식장에 도입하고 있다.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은 식량 안보 차원에서 첨단 양식 기술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메가플랜은 이런 흐름 속에서 'AI 양식 모델'을 글로벌 표준화하는 데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유 대표는 "실제로 시판되는 고등어 대부분은 노르웨이산을 베트남에서 한번 더 가공한것"이라며 "자사는 더 신선하고 더 저렴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글로벌 확장, '1달러 고등어' 꿈꾼다

유 대표의 최종 목표는 '1달러 고등어'다. 현재 수입산 고등어가 1.7달러 수준임을 감안하면, 가격 경쟁력과 품질 경쟁력을 동시에 잡겠다는 구상이다. 글로벌 식량 위기 시대에 '저비용 고품질 단백질 공급 모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상업화 성과도 가시적이다. 메가플랜의 고등어는 이미 노량진 시장에서 소비자 검증을 마쳤다. 현재 국내 대형 유통망과도 MOU를 앞두고 있다. 이를 계기로 베트남, 모로코 등 해외 시장 공략도 본격화됐다. 특히 중동·아프리카 시장 진출도 타진 중이다.

2030년 매출 목표 3000억원, 투자 업계가 주목한 이유

향후 메가플랜은 제주와 경남에 양식장을 확장해 연간 수백억 원 규모의 생산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2030년까지 매출 3000억원 달성, 2031년 IPO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금까지 블루포인트파트너스와 더벤처스를 비롯한 벤처캐피털이 투자에 참여했다. 이를 계기로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씨엔티테크가 운영하는 IBK기업은행(024110)의 창업 육성 플랫폼 'IBK창공 구로 14기'에도 선정됐다.

고등어는 양식 난이도가 특히 높은 어종이다. 예민한 피부를 지녀 작은 자극에도 상처를 입고, 사람 손이 닿으면 화상을 입기도 한다. 이 때문에 작업자는 목장갑과 고무장갑을 겹쳐 착용해야만 안전하게 다룰 수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그동안 고등어는 양식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강했다.

유철원 대표는 "가장 까다로운 어종 가운데 하나인 고등어 양식을 기술적으로 풀어낸 것은 고무적인 성과"라며 "앞으로는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과 글로벌 물류망에 맞는 품질 표준 확보가 과제"라고 말했다.



지속가능한 식량 혁신, 메가플랜의 사명

기술, 자본, 시장을 아우르며 '식탁 위 혁신'을 노리는 유철원 대표. 그의 눈에는 분명한 사명이 담겨 있다. 유 대표는 "우리는 수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꾼다"며 "미래 세대가 안정적으로 단백질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작업"이라고 전했다.

이어 "남들이 봤을때는 고등어 양식이겠지만, 메가플랜이 하는 일은 결국 인간의 삶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대한민국에서 고등어를 AI로 키우겠다고 나선 도전자. 양식이 아닌, 고객 취향 맞춤 생산이라고 말하는 유철원 대표의 실험은 이제 막 시작됐다. 이후 우리 식탁에 가져올 변화는 결코 작지 않다. 그의 도전은 위기에 놓인 바다와 인류의 식탁에 새로운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김우람 기자 kwr@newsprime.co.kr <저작권자(c)프라임경제(www.newsprime.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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