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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최애가 알려주는 한국" 한지은 셀레트립 대표
프라임경제 | 2025-10-22 17:38:48
[프라임경제] 애니메이션 팬들 사이에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를 '최애캐'라고 부른다. 이 표현은 K콘텐츠 팬덤 문화에서 '최애'라는 단어로 확장됐다. 가장 좋아하는 나만의 아티스트의 발자취를 따라 걷고, 같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신다. 같은 공간을 바라보는 행위는 팬들에게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감정의 교감이다. 이제 이러한 '감정의 여행'이 기술로 구현되고 있다.

셀레트립(대표 한지은)은 K콘텐츠 팬덤의 감정을 데이터와 AI로 번역하는 스타트업이다. 아티스트의 실제 음성을 기반으로 한 AI 도슨트를 통해 팬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이의 목소리로 서울과 한국을 여행한다. 경복궁 앞에 서면 "안녕, 잘 도착했어?"라는 음성이 울리고, 드라마 속 촬영지를 방문하면 그 장면의 주인공이 직접 이야기를 건네는 식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3월까지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387만명이다. 전년 대비 13.7% 증가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드라마나 뮤직비디오 속 장소를 직접 체험하기 위해 방한한다. BTS의 '봄날' 뮤직비디오와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로 알려진 강릉 방문객이 144% 늘어난 것도 같은 이유다. 팬덤이 만들어낸 새로운 관광 수요가 산업으로 확장되는 순간이다.
셀레트립의 출발점은 엔터테인먼트 산업 내부에서 비롯된 문제의식이었다. 한지은 대표는 과거 국내 엔터테인먼트사에서 글로벌 팬 유입 전략과 콘텐츠 기획을 담당했다.
그는 당시 해외 팬들이 코엑스와 성수, 한강 등 특정 장소를 찾아오는 이유를 분석하면서 "팬들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시간을 따라 걷고 싶어 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당시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여전히 공급자 중심 구조였고, 팬의 시선은 늘 부차적인 위치에 머물러 있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팬의 감정을 중심에 둔 서비스'를 만들고자 셀레트립을 창업했다. 한 대표는 한국적 정서와 기술의 결합이 세계시장에서 통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K콘텐츠는 우리가 우리의 것으로 세계 1등을 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또 "한국의 아티스트와 팬들이 만들어내는 감정의 연결은 세계 어디에도 없는 문화 자산"이라며 "이를 기술로 번역해 경험으로 확장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셀레트립의 핵심은 AI 음성 도슨트다. 아티스트의 지식재산권(IP)을 정식 계약해 음성을 확보하고, 이를 위치기반 서비스(GPS)와 결합한다. 팬이 특정 장소에 도착하면 스마트폰이 전화가 오듯 진동하며 아티스트의 음성이 재생된다. 공연 전날에는 "내일 드디어 만나네", 공연 당일에는 "오늘은 우리가 함께하는 날이야"라는 음성 메시지가 들려오는 식이다.
한 대표는 "팬덤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문화를 함께 만드는 공동 창작자"라는 철학 아래, AI를 통해 팬과 아티스트가 감정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셀레트립의 대표 협업 아티스트는 △정용화 △피원하모니(P1Harmony) △QWER △아스트로(차은우) 등 다수의 K팝 아티스트가 포함돼 있다. 각 아티스트의 개성과 컨셉을 반영해 팬이 직접 스토리 속에 들어가는 경험을 제공한다.

아티스트 도슨트 패키지는 팬들 사이에서 '아티스트와 하루를 함께 보내는 듯한 몰입감'을 제공한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아티스트의 실제 목소리로 서울 시내 명소를 안내하는 방식으로, 팬이 이동할 때마다 장소에 맞춘 상황별 대사가 이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셀레트립을 이용한 고객들은 "현장음이 섞인 자연스러운 녹음이 실제 통화하는 것 같은 기분을 줬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어 버전은 아티스트가 직접 녹음한다. △영어 △일본어 △스페인어 등 외국어 버전은 AI 보이스 클로닝 기술로 제작된다. 특히 스페인어 버전의 반응이 뜨겁다. 그는 "스페인어로 제작된 K콘텐츠가 많지 않다"며 "남미 이용자들이 '한국이 더 가까워졌다'는 메시지와 함께 손편지와 선물을 보내올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셀레트립은 단순히 관광 안내에 그치지 않는다. 팬(고객)의 여행 경험 전체를 설계하는 플랫폼으로 확장 중이다. 외국인 팬들이 3시간 남짓한 콘서트를 보기 위해 장시간 비행과 대기를 감수하는 현실에 착안했다. 이를 통해 공연 전후 일정까지 아우르는 '확장된 팬 투어'를 구현했다.
고객이 아티스트 콘서트와 연계된 패키지를 구매하면 △호텔 예약 △짐 이동 △굿즈 사전 구매 서비스 등을 함께 이용할 수 있다.
한 대표는 "공연을 위해 한국을 찾은 팬들에게 단순한 방문이 아니라 완전한 경험을 제공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탭엔젤파트너스(대표 박재현)이 운영하는 서울관광재단 관광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 선정된 바 있다. 또 프로그램을 통해 아모레퍼시픽·위버스 등 다양한 기업과의 협업도 진행 중이다.
셀레트립은 팬(고객) 중심의 고객 응대를 기업 운영의 기본 원칙으로 삼고 있다. 한 대표는 과거 예약 시스템 오류로 발생한 오버부킹 사안에 대해 대표자와 담당 직원들이 밤낮없이 모든 고객님들과의 1:1로 응대하며 재발 방지 방안을 직접 안내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고객들이 오히려 감사의 편지를 보내오며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표현했다는 후문이다.

이러한 운영 철학은 투자 유치로 이어졌다. NBH캐피탈을 비롯한 씨엔티테크·코스넷 기술지주로부터 시드 투자를 확보했다. 이어 글로벌 R&D 지원사업인 팁스(TIPS) 과제도 추진 중이다. 셀레트립은 이를 기반으로 △음성 인식 고도화 △다국어 자동 큐레이션 △팬 행동 데이터 분석을 통한 맞춤형 추천 기능을 개발 중이다.

현재 누적 매출은 전년 대비 10배 이상 성장했다. 전체 이용자의 절반 이상이 해외 팬이다. 북미·남미·일본 등 주요 시장의 재방문율도 18% 이상 매우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한 대표는 "이용자들은 단순히 한국을 여행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와 감정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더 큰 만족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서 K콘텐츠 산업의 가능성을 다시 강조했다. 한 대표는 "한국의 팬덤 문화는 이미 세계 표준이 됐다"며 "이제는 우리가 그 감정과 문화를 기술로 번역해 전 세계에 보여줄 때"라고 말했다.

이어 "셀레트립은 AI와 IP를 결합해 팬과 아티스트의 연결을 확장하는 기업으로 남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우람 기자 kwr@newsprime.co.kr <저작권자(c)프라임경제(www.newsprime.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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