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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연 칼럼] AI 반도체 확보 논쟁과 초당적 협력의 중요성
프라임경제 | 2025-11-10 11:25:09
[프라임경제] 국내에서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AI 칩(그래픽처리장치, GPU) 확보 공약과 AI 인프라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국민의힘의 나경원 의원은 지난 2025년 4월 국회 기자회견에서 "최첨단 AI 반도체는 미국의 엄격한 수출 통제 하에 있는 전략 무기"라며 이 대통령의 'GPU 5만장 확보' 공약을 "실현 불가능한 공약"이라고 비판했다.

마찬가지로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같은 시기 정부의 대규모 GPU 확보 계획을 놓고 "정부가 자금을 투입해 GPU 자원을 직접 배분하는 것은 자율성과 효율성을 해칠 수 있는 중앙집중형 구조"라며 이를 지나치게 과시적인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이러한 비판에는 일정 부분 타당성도 있다. 그간 AI GPU 공급은 글로벌 공급 부족 및 미국의 수출 규제 때문에 까다로운 과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당초 예상을 뛰어넘었다.

APEC 2025 정상회의 기간인 지난 10월 31일, 젠슨 황 엔비디아(미국 AI 반도체 기업) CEO는 경북 경주에서 열린 APEC CEO 서밋 특별 세션에서 한국 정부와 국내 대기업에 차세대 GPU 26만 장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공급은 한국 정부 5만 장, 삼성전자·현대차·SK그룹 각 5만 장, 네이버클라우드 6만 장 등으로 배분될 예정이다.

실제로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물량을 기준으로 한국의 GPU 확보량이 세계 3위에 올라서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APEC 회의 현장에서 황 CEO는 "한국은 소프트웨어, 제조 역량, AI 기술 등 3가지를 모두 갖춘 곳으로, 전 세계 AI 중심지가 될 수 있다"고 한국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며 향후 "엔비디아가 이 여정에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정부와 기업의 협력을 통해 대규모 AI 칩 확보가 현실화되자 국내 AI 인프라 환경은 일대 전환점을 맞게 됐다. 한국무역협회는 "엔비디아가 APEC을 계기로 우리나라에 최첨단 GPU 26만 장을 공급하기로 하면서, 침체됐던 국내 컴퓨팅 인프라 환경은 본격적인 '빅뱅'을 맞게 됐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삼성·현대차·SK·네이버 등 주요 대기업도 엔비디아와 공동으로 AI 데이터센터 구축, AI 팩토리화 등을 추진하고 있어 국내 AI 연구·개발(R&D)과 산업 고도화에 큰 파급 효과가 기대된다.

매일경제 등 언론들도 "엔비디아는 한국 정부와 삼성·SK·현대차·네이버클라우드에 26만 장의 GPU를 공급해 AI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기로 했다"며 "이를 통해 한국은 AI 개발 및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엔비디아의 최신 기술을 활용해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 혁신을 도모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런데 정작 정치권의 반응은 여전히 갑론을박이다. 야당의 비판 기조는 "이 정부가 민간기업의 성과를 가로채려 한다"거나 "정치적 선전을 위해 결과를 부풀린다"는 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비판만 앞세울 때가 아니다. 오히려 협력과 실질적 대안 제시가 필요하다. 지금 확보된 26만 장의 GPU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할 것인지, 부족분은 어떻게 추가 확보할 것인지 등 구체적 후속 대책이 요구된다. 뿐만 아니라 여야가 초당적으로 AI 기술 발전과 인프라 구축에 힘을 모아야 한다.

AI 반도체 확보는 대한민국의 국익과 미래 경쟁력에 직결된 문제다. 미국과 중국에 견줄 만한 AI 강국 진입의 발판이 마련된 만큼, 정치적 공방보다는 장기적 전략을 세우는 것이 절실하다. 예를 들어, 방대한 GPU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해 중소기업과 연구기관에도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방안, 민관 합동 투자를 통한 국내 반도체·AI 설비의 추가 확충 방안 등이 필요하다.

최근 젠슨 황 CEO의 발언처럼 "한국은 AI 중심지가 될 수 있다"는 평가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입법·예산·외교 등에서 초당적 협력으로 AI 인프라를 튼튼히 다져나가야 한다. 과거의 비판 여론이나 경쟁 구도에 얽매여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기보다, 국가적 과제에 대한 합리적 비판과 대안 제시로 생산적인 논의를 이어갈 때다.

이번 APEC의 GPU 공급 발표는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AI 3대 강국' 진입을 목표로 내세운 이재명 정부의 전략적 행보는 일단 대외적으로 긍정적 신호를 받았다. 이제 국익을 위해 여야 모두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이 성과를 살려갈지, 미래 AI 생태계를 어떻게 건설할지에 대한 현실적이고 창의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결국 국가 전략 사안 앞에서는 정파를 넘어 초당적으로 지혜를 모으는 것이 국익에 부합한다는 점을 모든 정치권이 재확인해야 할 시점이다.

이다연 (사)동반성장연구소 이사 / (주)더블유시즌 대표이사 / 퍼듀대학교(Purdue University) 농업경제학 전공 /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MBA)



이다연 동반성장연구소 이사 press@newsprime.co.kr <저작권자(c)프라임경제(www.newsprime.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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