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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종화의 산재이야기] - "하루 일하고 산재...책임 아닌 책임 소재는?"
프라임경제 | 2025-10-02 14:48:02
[프라임경제] 직업병으로 최초요양신청을 할 경우 근로복지공단(이하 공단)은 업무상 질병이 발생했을 때 어떤 사업장을 적용사업장으로 할지 판단하는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적용사업장을 지정한다.
※ 공단의 산업재해발생 적용사업장 판단기준

① 전문기관 심의의뢰 결과 질병발생과 가장 상당관계가 높은 사업장이 확인된 경우

② 조사결과 근무기간, 작업환경, 유해요인 노출정도 등을 고려하여 질병발생의 주된 사업장이 명확히 판단되는 경우

③ 발병일시 또는 증악 시점 당시 근무하고 있던 유해(분진 등)사업장

※ 적용사업장의 판단 우선순위는 ① > ② > ③으로 함

다만, 위 경우에 해당되지 않아 재해자가 근무했던 유해사업장 중 하나의 사업장을 질병 발생 주된 사업장으로 명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마지막으로 유해요인에 폭로된 사업장'을 적용사업장으로 함
이 원칙은 행정 처리의 합리성과 일관성을 위해 도입된 규정이지만, 실제 산재 처리 실무에서는 위 우선순위를 고려함 없이 기계적으로 마지막 유해요인 노출 사업장을 적용 사업장으로 하여 매우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며칠 아르바이트" 사업장도 적용 사업장이 된다?
장기간 배관공으로 일하던 A씨는 퇴직 후 참아 왔던 허리 통증을 근본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찾았고, 요추 제3-4-5번 척추관협착증 진단을 받아 산재 요양신청을 하게 됐다. 그런데 공단은 진단 직전 지인의 소개로 들어가 며칠 일을 하였던 배관공사 현장을 적용 사업장으로 지정했고, 해당 보험가입자(사업주)는 자신들과 아무 관련 없는 일이라고 항의하며 A씨의 산재 신청을 무산시키려 하였다. 이처럼 단기 근무 사업장이 '책임 아닌 책임'을 떠안는 구조는 현행 제도의 대표적인 허점이다.
◆사업주의 불만... 진짜 문제는 '절차상 부담'
엄밀히 말해, 최종 사업장으로 지정되었다고 해서 해당 사업장이 실질적인 불이익을 받는 것은 없다. 하지만 문제는 현장에서는 형식적 책임조차 사실상의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공단의 사실관계 확인 요청, 관련 자료 제출 등의 절차상 응답 의무가 발생하면서 단기 근무자였던 신청인과 사업장(때로는 현장에 인력을 소개한 사람) 간 불필요한 갈등이 생기고, 결국 신청 자체가 좌절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제도의 취지와는 다르게 실제 현장에서는 "며칠 일하지도 않은 사람 때문에 우리 회사 이름으로 산재 처리가 돼 업계에서 괜한 소문이 퍼지고 오해받을까 걱정이다" "신청서도 우리가 받아야 하고, 공단에서는 사실관계 확인서와 업무 협조 요청을 계속 보내오고, 왜 우리가 대응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식의 실무적 불편 또는 대응 부담에 대한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재해자에게도 권리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 제도의 문제는 적용사업장의 부담만이 아니다. 직업병으로 요양을 신청한 재해자 본인에게도 중대한 권리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직업병 진단 직전에 최종적으로 저임금 현장에서의 일용직으로 일하였을 경우 이전보다 적은 임금을 기준으로 산재보상 금액이 산정될 수 있다. 이는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보상'한다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입법 취지에도 크게 어긋나는 결과이다.
◆제도 개선 또는 이행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공단은 이미 나름의 합리적 기준을 업무 처리 지침으로 마련해 두었다. 그러나 기존 지침이 선언적 규정에 그치지 않도록 제도적 이행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만약 기준을 엄밀하게 이행하는 데에 현실적인 한계가 따른다면 새로운 기준과 절차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루어져야겠다. 조속히 재해자와 사업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일관되고 합리적인 업무처리를 통해 공단은 행정 처리의 효율성을 높이고, 사업주는 재해자와의 불필요한 마찰이나 갈등에서 벗어나며, 궁극적으로는 재해자의 권익 향상과 산재 보상 제도의 공정성 제고에 기여하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허종화 공인노무사
노무법인 소망 부대표노무사
前 강북노동자복지관 노동법률상담위원
前 서울외국인주민지원센터 전문상담위원


허종화 노무법인 소망 부대표노무사 kkroos@naver.com <저작권자(c)프라임경제(www.newsprime.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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