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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오늘] 제일모직과 최경환의 인연
프라임경제 | 2020-07-05 09:33:17
[프라임경제] 오늘은 최근들어 가장 뜨거운 화두였던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과 관련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얼마 전,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이 부회장에 대해 내린 불기소 권고는 '국민의 법감정', '검찰의 무리한 수사', '재벌 봐주기' 등 이번 사건을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시각들의 속내를 끌어내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 배경에는 '삼성가가 정권과 친분을 쌓는 방식', '수평하지 않을때가 종종 있다는 언론과 삼성의 관계' 등 사실관계를 밝히기는 어렵지만 그럴듯한 근거들은 충분히 갖추고 있는 다양한 이유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그 가운데서도 이번 사건의 단초가 됐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또한 언론인 출신의 정치인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최고위층 행정가, 사실상 당시 정부의 실세로 군림했던 최경환 총리와 삼성의 인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본론을 시작하기 전에 퀴즈를 먼저 풀어보시죠. 정부가 예산을 투입한 특정 사업에서 만들어진 특허의 소유자는 누구일까요. 정답은 '그때 그때 달라요'입니다.

2010년 7월5일은 지식경제부의 10대 핵심소재 WPM(World Premiere Materials) 공모에 삼성, 엘지, 현대차 등 국내 최대 기업 세 곳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용 플라스틱 기판소재 개발 분야에 단독 제안서를 제출한 사실이 알려진 날입니다.

최경환 전 장관 체제의 지식경제부가 추진했던 WPM이란, '세계 4대 소재 강국' 진입의 초석이 될 세계 시장 선점 10대 핵심소재를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거나 시장을 창출하고 지속적으로 시장지배력을 갖는 세계 최고 수준의 소재산업을 육성한다는 방침이지요.

정부가 선정한 10대 핵심소재는 △친환경 스마트 표면처리강판 △수송기기용 초경량 마그네슘 소재 △에너지 절감ㆍ변환용 다기능성 나노복합소재 △다기능성 고분자 멤브레인 소재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용 플라스틱 기판 소재 △고에너지 2차전지용 전극(양ㆍ음극) 소재 △바이오 메디컬 소재 △에너지 반도체용 초고순도 실리콘카본(SiC) 소재 △LED용 사파이어 단결정 소재 △탄소저감형 케톤계 프리미엄 석유 등입니다.

이 가운데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용 플라스틱 기판 소재 개발에 경쟁하던 3대 그룹이 공동의 이익을 위해 이례적인 협력 관계를 구성했다는 소식은 당시 많은 뉴스를 통해 알려졌습니다.

아래에 설명하겠지만, 이 이례적 협력관계의 구성이 가능했던 이유는 다름아닌 '특허' 때문이었습니다.

한달 뒤, 지식경제부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용 플라스틱 기판소재 개발에는 제일모직이 주관기관으로 선정됐으며 삼성전자·LG화학·현대자동차 등이 참여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외에도 대림화학, 폴리사이언텍,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코오롱인더스트리, 현대모비스, 잉크테크, 나노신소재, 엔엔피, 에픈, 아이컴포넌트, LG디스플레이 등이 동참했습니다.

최경환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은 WPM프로젝트에 선정된 업체들을 모아 "매사마골(買死馬骨)은 죽은 말의 뼈를 산다는 뜻으로, 귀중한 것을 손에 넣기 위해 먼저 공을 들여야 한다는 의미"라며 "우리나라가 미래 소재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격려했었지요.

각 분야에 정부예산 1000억원을 집행한 WPM 사업의 성과, 즉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최근 폴더블 스마트폰을 통해 구현됐지요. 폴더블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 소재가 유리가 아니라는 것은 이제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앞선 정부 투자의 결과로 유리를 대신할 기판(Colorless Polyimide, CPI)이 개발돼 실제 판매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제 살펴 볼 부분은 당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소재 분야의 주관사로 제일모직이 선정돼 거둔 수익입니다. 이는 기술개발에 따른 지적재산의 증가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조배숙 민주평화당 의원이 산자부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폴리이미드 연구개발 과제의 특허출원 현황은 총 112건으로 그 중 제일모직이 63건, 삼성전자 6건, 삼성SDI 4건으로 삼성 계열사가 가진 특허만 총 73건(65%)'에 달했습니다.

다시 10년 전, WPM 프로젝트로 돌아가봅니다. 지식경제부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은 사업단 운영방안으로 크게 두 가지를 꼽았습니다.

하나는 선정된 각 사업단에 'WPM사업화 전담반'을 설치해 소재개발에서 사업화로 이뤄지는 과정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중소기업을 특별히 배려하는 운영방안'으로 중소기업 글로벌 소재 TF를 구성해서 선정된 92개의 중소기업 의견을 수시로 수렴해 이를 정책에 반영하고 특허의 경우 개발기업이 소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것이지요.

일견 중소기업 지원책으로 보이는 두 번째 운영 방안이 제일모직을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소재와 관련한 특허부자가 될 수 있도록 해 준 셈입니다. 정부가 출자한 사업에서 발생한 지적재산의 경우 과제 기여도나 발명의 공을 기준으로 재량해 특허 소유권을 조정합니다. 하지만 이 사업은 애초에 발생할 특허의 소유권을 지정해 놓은 사업인 셈입니다.

이제 2017년으로 시간을 옮겨, 문형표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이 각각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재판을 살펴봅니다.

홍 전 본부장은 국민연금 투자위원회 위원들에게 합병 찬성 지시를 해 국민연금에 1388억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로 기소돼 1심 판결과 동시에 법정구속됐습니다.

사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문제가 된 것은 삼성물산의 회사가치에 비해 제일모직의 가치가 높게 평가가 된 것 때문인데요. 홍 전 본부장은 국민연금의 의결과정인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자체 투자위원회 결정만으로 합병에 찬성하기도 했습니다.

이 때 제일모직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요인으로, WPM 프로젝트를 통해 조성된 지적재산의 미래 가치 평가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다만 삼성전자의 퀀텀닷 등 상용화에 근접함에 따라 뻥튀기 할 이유가 사라진 진짜 가치를 평가받았을 뿐입니다. 당시 경제부총리로 재직 했던 최 전 장관이 이 같은 사실을 몰랐을 리는 없습니다.

더불어 홍 전 본부장이 주목을 받은 배경엔 최 전 장관과의 친분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홍 전 본부장과 최 전 장관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절친한 대구고 동문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즉, 제일모직이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와 관련해 막대한 지적재산을 직접보유할 수 있도록 해준 것도, 이렇게 형성된 자산가치에 더해 에피스 등 제일모직 투자 기업의 가치를 높여 국민연금이 제일모직에 기울어있는 불공평한 합병에 참성할 수 있도록 해준 것도 최 전 장관과 떨어뜨려 보기 어려운 상황이지요.


다시 이재용 부회장의 수사심의위 권고 이후로 돌아올 차례입니다. 검찰은 수사심의위 결정을 반영해 이 사건을 불기소로 종결할 것인지, 수사심의위 권고를 무시하고 기소를 이어갈 것인지를 아직 공표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하지만 분명히 알 수 있는 것도 있습니다. 바로 삼성이 법원의 지시에 따라 '준법감시위원회'를 만들고, 이재용 부회장이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자신 이후로 승계가 없다고 '선언'하고, 대검찰청에 수사심의위원회를 '신청'하는 등 일련의 행동 배경에 다른 재판을 통해 입증된 '사실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 사실들은 서두에 말한 '그럴듯한 근거는 충분하나 사실관계를 밝히기 어려운 문제들'을 지목합니다.

때문에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실질심사의 의미는 더욱 부각됩니다. 원정숙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당시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고, 검찰은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했다고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많은 기록과 자료, 그리고 검찰의 수사 결과가 진실을 형성하고 있기에 사실관계는 다툼의 여지가 없다는 것입니다.

오늘 그 '사실' 가운데 잘 알려지지 않았던, 최경환 전 장관이 삼성과 엮인 이야기를 늘어놓은 까닭도 여기에 있습니다.

오히려 삼성은 10년 전 정부의 지원으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시장을 선점할 수 있게 됐으니 진정한 사업보국(事業報國)을 해야 할 이유가 충분한 기업임에 틀림없습니다.

글을 마무리하며 이재용 부회장 수사심의위와 관련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의 논평을 인용합니다.

민변은 지난 달 29일 공식 논평을 통해 '검찰의 즉각 기소를 촉구'하며 "법원의 영장전담 판사와 검찰수사심의위원회 내 현안위원회의 가장 큰 차이는, 영장전담 판사는 그동안의 수사기록을 모두 직접 확인하고 검토할 수 있는 반면에, 검찰수사심의위원회 내 현안위원회는 수사검사와 변호인이 제출한 의견서만을 볼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수사심의위원회가 불기소 권고를 내놓았지만, 진실은 결국 변하지 않았습니다. 또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설령 검찰이 불기소 권고를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강경식 기자 kks@newsprime.co.kr <저작권자(c)프라임경제(www.newsprime.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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