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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천공항 '비정규직 제로'의 역설…소방대 45명 해고
한국경제 | 2020-08-11 09:43:46
뉴스에서 아버지가 비정규직이라고 얘기했지만 자랑스러웠다. 밤낮없이 공항에
불이 날까 걱정하며 사고가 있는 날은 새벽같이 출근하셨고 퇴근 후에는 소방
대 이야기를 해주시는 아버지를 보고 '나도 공항을 지키는 소방대원이 되고
싶다'고 다짐을 했었다.
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내용이다. 청원인은 "평생 인
천국제공항공사를 지켜온 아버지가 해고될 위기에 처해있다"며 이 같은 내
용의 청원을 올렸다. 그러나 이 청원인의 소망은 끝내 이뤄지지 않게 됐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10일 정규직 전환 공개경쟁 채
용(공채) 절차에서 탈락한 소방대 근로자 45명을 해고하기로 했다. 인천공항에
서 소방대 근로자로 활동해온 이들은 오는 17일부터 실직자 신분이 된다.

당초 해고 위기 처했던 37명 중 일부는 생환
소방대 근로자들은 원래 인천공항 자회사의 계약직이었다. 인천공항 정규직에는
처우가 못 미쳤지만 공항의 필수인력이어서 고용안정성이 높은 직종으로 꼽혔
다.

하지만 정부의 공공 부문 정규직 전환이 화근이 됐다. 지난 5월 인천국제공항공
사가 이들을 직접 고용키로 하면서 그 일환으로 면접·적격심사 등을 실
시했고, 그 과정에서 211명 중 37명이 탈락했었다.

이들 37명은 체력 검정에서 탈락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16명은 이의제기를 했
고 일부는 공채 절차에서 생환했다. 하지만 일부 근로자들은 면접 과정에서 최
종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이의제기를 하지 않은 근로자 중에서도 탈락자가 발
생해 숫자는 총 45명으로 도리어 늘었다.

'비정규직 제로 1호 사업장'이라는 정부의 약속이 오히려 이들을 해고
자로 내몰게 된 셈이다.

'눈물의 청원'도 막지 못했던 소방대 근로자들의 해고
지난 5일 올라온 해당 청원은 이날 오전 9시 기준 1167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3년 전 대통령께서 인천공항에 방문하신 뒤 '(인천공항공사
의 비정규직 제로 선언으로) 평생 공항을 지키며 일할 수 있다. 좋아하는 것을
시켜줄 수 있겠다'며 지었던 아버지의 미소를 잊을 수가 없다"며 &#
39;하지만 그런 기쁨도 잠시 아버지는 공개채용시험을 통과해야 정규직이 된다
고 걱정하셨고 거짓말 같이 아버지는 시험에 떨어져 실직자가 됐다"고 전
했다.

이어 "아버지는 자회사 (소속의) 정규직 직원이라 해고 자체가 불법이라고
억울해하시며 매일 술을 드시는데 위로 드릴 수도, 도와 드릴 수도 없어 마음
이 너무 아프다"며 "누구보다 공항을 사랑하는 멋진 소방대원이었는
데 왜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된 것인가요? 한부모 가정인데 어떻게 살아가야 하
는 건가요?"라고 호소했다.

그는 "아버지는 공항에서 국민과 외국 여행객들의 안전을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일하셨다. 대통령과 국민 여러분이 저희 아버지의 일자리를 지켜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썼다.

文대통령 방문 후 혼선 겪은 소방대 근로자 정규직 전환
인천공항공사는 2017년 5월12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외부 일정으로 인
천공항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3년간 노사 및 전문가 협의를 통해 인천국제공항
내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해왔다.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위탁계약을 체결한 민간업체 소속이던 인천국제공항 소방대
근로자 211명은 당초 올 1월 인천국제공항공사 자회사인 '인천공항시설관
리'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인천공항공사가 정규직 전환 대상자 9785명 중 소방대 근로자 211명을
포함한 2143명을 직접 고용하기로 하면서 혼선이 생겼다. 그 뒤로 소방대 근로
자들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정규직 직원이 되기 위한 공개경쟁 채용 절차를 밟
아야 했고, 최종적으로 45명이 탈락했다.

인천공항시설관리 관계자는 "이의 신청했던 사람 중에 붙은 사람도 탈락한
사람도 있다"며 "이의 신청을 하지도 않은 근로자 중에서도 탈락자
가 발생해 최종적으로 45명이 탈락했다"고 설명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공 부문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원칙이
부실하다"며 "청와대나 대통령의 뜻에 따라 갑자기 그나마 있던 원
칙도 무너졌기에 이 같은 결과가 초래된 것이다. 노·사·정이 합
의한 내용이 대통령 방문 이후 다 어그러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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