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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KCC 경영권 공격에 드는 돈…현재 6253억, 상법 개정 땐 444억
한국경제 | 2020-09-24 01:06:23
[ 조미현 기자 ] 정부의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현재 필요한 자금의
10%도 안 되는 돈으로 감사위원 선임 등 경영 개입에 나설 수 있는 것으로 나타
났다. 경쟁사가 자금력 있는 헤지펀드와 연합해 이사회에 ‘스파이&rsquo
;를 심을 수 있다는 경제계의 우려가 기우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기업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상법 개정안은 스파이를 합법화하는
법”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23일 한국경제신문이 정부의 상법 개정안 내용을 상장회사에 적용한 결과, 유가
증권시장에 상장된 KCC는 소수주주가 444억원 이상만 있으면 감사위원 선임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444억원이면 KCC 주식 3% 이상을 살 수 있다. 상법 개
정안은 이사를 겸직하는 감사위원을 다른 이사와 분리해 선출하도록 하면서 최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쳐 발행주식수의 3%로 제한했다. 이른바 &l
squo;3%룰’이다. 현재는 감사위원을 선임하면서 모든 주주의 의결권을 &
lsquo;주주별’ 각 3%로 제한하고 있다.

A사의 총 발행주식이 100주고,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총 30주를 가지고 있
다고 가정해보자. 현재는 소수주주가 원하는 인물을 감사위원으로 앉히기 위해
서는 최소 31주 이상 확보해야 한다. 감사위원으로 선임하려면 우선 이사로 뽑
혀야 하는데, 이사 선임은 과반수 찬성이 필요해서다. 하지만 상법 개정안이 통
과되면 한 명 이상의 감사위원을 반드시 분리 선임해야 한다. 이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은 단 3주의 의결권만 행사할 수 있다. 반면 소수주주는 연대해 4주
이상(전자투표 도입 시)만 확보하면 된다. 다른 주주가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
는다는 전제이지만, 최대주주의 경영권이 그만큼 취약해진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

시가총액 1조4000억원 규모인 KCC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42.3%에
달한다. 지분 12.1%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다고 가정할
때 KCC의 경영권 공격을 위해 소수주주가 원하는 인물을 KCC 이사회에 앉히기
위해서는 현재는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금액
으로 따지면 6253억원 규모다.

상법 개정안의 3%룰이 적용되면 KCC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은 29만5003주의
의결권만 행사할 수 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444억원 규모다.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중소기업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자동차 부품업체인 코스닥 상장사 영신
금속은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27.1%다. 시가총액이 240억원인 영신
금속에 소수주주가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에 맞서 감사위원을 선임하기 위해서
는 현재는 64억6000만원(27.1%) 이상이 필요하다.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3%룰
때문에 영신금속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은 38만489주로 제한된다. 금
액으로 따지면 7억3000만원 정도다.

코스닥 상장사 미원상사의 경우 현재는 소수주주의 감사위원 선임이 불가능하다
.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이 과반인 55.7%에 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정
안이 통과되면 소수주주의 감사위원 선임이 가능해진다. 미원상사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행사할 수 있는 주식 수가 15만2640주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단 146억원 규모의 지분을 보유한 소수주주에게 경영권 공격의 위협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감사위원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상
법 개정안은 기업 활동을 감시·감독하면서 사내 이사인 경영진과 똑같은
막강한 자리를 너무 쉽게 경쟁사나 투기자본에 내줄 수 있다고 기업들은 우려
하고 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엘리엇)는 지난해 현대차 주식을
단 2.9% 들고서 현대차의 수소차 관련 경쟁사인 발라드파워시스템의 로버트 랜
들 매큐언 회장을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내외 투기자본이 삼성전자 이
사회에 화웨이 출신을 앉힐 수 있다는 게 과장이 아니다”며 “상법
개정안은 이리떼 같은 펀드가 기업을 골탕 먹일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
rdquo;이라고 비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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