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워치 | 2025-09-12 09:32:02
[비즈니스워치] 강민경 기자 klk707@bizwatch.co.kr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HBM4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 체제를 본격화하며 차세대 인공지능(AI) 메모리 시장의 주도권을 다시 거머쥐었다. 업계는 이번 발표가 엔비디아 등 글로벌 고객사와의 차세대 AI 칩 협력을 앞당기는 동시에 삼성전자·마이크론과의 격차를 다시 벌리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HBM4 깃발 꽂고 AI 전쟁 선봉에
SK하이닉스는 HBM4 개발 성공과 함께 양산 체제를 12일 공식화했다. 회사 측은 "AI 인프라의 한계를 뛰어넘는 상징적 전환점"이라며 "세계 최초 HBM4 양산을 통해 AI 메모리 기술 리더십을 재입증했다"고 강조했다.
HBM(High Bandwidth Memory)은 여러 개 D램을 수직 적층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고성능 메모리다. 1세대(HBM)→2세대(HBM2)→3세대(HBM2E)→4세대(HBM3)→5세대(HBM3E)를 거쳐 발전해왔다. 이번 HBM4는 여섯 번째 진화 단계다. 전 세대인 HBM3E 대비 대역폭은 2배로 확장됐고 전력 효율은 40% 이상 향상됐다.
SK하이닉스가 이번에 내놓은 HBM4는 2048개의 데이터 전송 통로(I/O)를 갖췄다. 전송 경로가 2배 늘어나면서 대규모 데이터가 몰릴 때 발생하는 병목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AI 서비스의 연산 속도와 효율은 크게 높아졌다. 실제 적용 시 성능이 최대 69%까지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데이터센터 운영 측면에서도 같은 수준의 서비스를 구현하면서 전력 소모와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단순 성능 개선을 넘어 친환경적 가치까지 담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속도 역시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가 제시한 HBM4 표준 속도(8Gbps)를 뛰어넘어 초당 10Gbps 이상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현존 메모리 가운데 가장 빠른 수준으로 초고속 연산이 필수적인 AI 환경에서 핵심 기술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개발을 이끌어 온 조주환 SK하이닉스 부사장은 "HBM4 개발 완료는 업계의 새로운 이정표"라며 "고객이 요구하는 성능과 에너지 효율을 충족시켜 시장 선점과 신속한 공급(Time to Market)을 실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산 공정에는 SK하이닉스 고유의 어드밴스드 MR-MUF(액체 보호재 충전) 기술과 10나노급 5세대(1bnm) D램이 적용됐다. MR-MUF는 적층된 칩 사이 공간을 액체 보호재로 채우고 굳히는 방식으로, 기존 필름 공정보다 열 방출 효과가 뛰어나고 효율성도 높다.
특히 SK하이닉스가 고도화한 MR-MUF는 적층 과정에서 발생하는 압력을 줄여주고 칩이 휘는 '워페이지(Warpage)' 현상을 최소화한다. 회사는 이를 통해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 대량 생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까지 줄여 HBM4의 안정적 공급 기반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김주선 AI Infra 사장(CMO)은 "HBM4는 AI 시대 기술 난제를 해결할 핵심 제품"이라며 "풀 스택 AI 메모리 프로바이더로 도약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비즈니스워치(www.bizwatch.co.kr)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한줄 의견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