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워치 | 2025-09-12 17:06:07
[비즈니스워치] 김다이 기자 neverdie@bizwatch.co.kr

서울 성수동 일대. 회색 빌딩 숲 사이에 울창한 자작나무숲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공간이 펼쳐졌다. 흰 자작나무와 푸른 조명, 별빛이 반짝이는 미디어아트가 어우러지며 마치 낯선 북유럽 마을에 들어선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경북 영양군을 알리는 대상의 팝업스토어 '핀란드 영양분식' 현장이다.
팝업스토어 입구로 들어서자 먼저 영양군을 소개가 시작됐다. 경상북도 동북부, 태백산맥의 내륙 분지에 자리한 영양군은 12만 그루의 자작나무 숲을 보유하고 있다. 아시아 최초로 국제밤하늘협회(IDA)가 지정한 '국제밤하늘보호공원'도 숨은 관광 명소다.

현장 직원의 안내에 따라 커튼을 지나자 자작나무의 사계절을 담은 미디어아트 공간이 펼쳐졌다. 봄·여름·가을·겨울로 변하는 숲의 풍경 앞에서 관람객들은 감탄을 쏟아냈다.
2층에는 밤하늘 보호공원을 구현한 인터랙티브 공간이 마련됐다. 관람객은 체험 공간에 입장하기 전 직접 별자리를 그리고 이름이나 메시지를 입력할 수 있다. 입력한 메시지는 인터랙티브 천장에 별자리와 함께 떠올라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빈백 소파에 누워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내가 그린 별자리를 감상하니, 실제 숲속에 있는 듯한 기분이 느껴졌다.

미쉐린 셰프가 만든 분식 한 상
다시 1층으로 내려오자 '자작자작 숲속분식' 공간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분식을 즐기고 있었다. 미쉐린 3스타 강민구 셰프와 흑백요리사 반찬셰프로 이름을 알린 송하슬람 셰프가 직접 개발한 분식 플레이트가 눈길을 끌었다.
두 셰프는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조리서이자 영양 출신 장계향이 저술한 '음식 디미방'의 조리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재료는 영양군 특산물인 고추·산나물·착한송이를 활용했다.

'고추잡채 주먹밥 튀김'과 '산나물 초고추장 무침'은 자칫 느끼할 수 있는 튀김 메뉴와 나물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영양 고추장 떡볶이'에는 영양고추부각이 올라가 바삭한 식감을 더했다. 착한송이조림을 곁들인 육전, 전통주 초화주로 만든 쿨피스까지 완벽한 한 상이었다.
마지막 코스는 '영양만점 스토어'다. 이곳에서는 영양 고춧가루, 산나물, 꿀, 잡곡 등 특산물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방문객들은 쇼핑백을 가득 채우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현장에서는 '영양군 맞추기 퀴즈'와 같은 이벤트도 열려 활기를 더했다.

지역을 브랜드로 '지식존중 프로젝트'
'핀란드 영양분식' 팝업은 대상그룹의 ESG 활동인 '지식존중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소멸 위기 지역의 식재료와 문화를 활용해 매력적인 관광지로 리포지셔닝하는 것이 목표다.
2023년 전북 무주, 2024년 강원도 양구에 이어 올해 3회차다. 전북 무주편에서는 16명의 대학생 크루들이 '무주반딧불축제'에 더 많은 관광객이 오도록 아이디어를 냈다. 브라키오 조형물을 무주 곳곳에 설치해 2023 무주 반딧불축제에는 전년 대비 92.5% 증가한 33만3000명이 방문하는 성과를 냈다.
지난해에는 '양구 한끼'라는 주제로, 강민구 셰프와 송하슬람 셰프가 개발한 5코스 파인다이닝 메뉴를 990원에 선보였다. 팝업 레스토랑에는 열흘간 1079명이 방문했고, 캐치테이블 예약이 5분 만에 마감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대상그룹은 올해 프로젝트 협력 지역을 찾던 중, 청정 자연과 특산물에도 불구하고 알려지지 않은 영양군에 주목했다. 후보지 중 인구가 가장 적은 군 단위 지역이라는 점에서 '소멸 위기 지역 활성화'라는 프로젝트 취지와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어호경 대상그룹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장은 "영양군을 여러 차례 방문했는데, 서울보다 면적이 넓으면서도 여유로움이 넘치는 지역이었다"면서 "팝업에서도 영양군의 자연을 표현하기 위해 콘텐츠를 빽빽하게 채우지 않고 힐링되는 공간으로 연출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지식존중 프로젝트를 통해 소멸 위기 지역을 가고 싶은 명소로 만들겠다"며 "장기적으로는 전국 모든 시군구를 소개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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