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시간 속보창 보기
  • 검색 전체 종목 검색

뉴스속보

[기자수첩] 다모클레스의 검
파이낸셜뉴스 | 2025-10-10 00:23:04
최승한 사회부
최승한 사회부
"왜 또 저 죽이시려고요?"

한 달여 만에 다시 통화한 한 구의원의 첫마디였다. 4년 전 연수비 유용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그는 올해 또 출장비를 허위로 청구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기자가 이 사실을 보도한 지 한 달 뒤, 시민단체가 그의 사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회견 현장에서 "구의원이 사과와 정정보도를 받았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당연히 사실이 아니었다. 이후 그와 다시 통화했을 때, 그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항소 예정"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지난달 한 군의회 의장이 음식 민원인에게 전화를 걸어 합의를 유도한 사건이 보도됐다. "군민의 대표로서 전화한 것"이라는 그의 변명은 오히려 위협처럼 받아들여졌다. 국회의원이 보좌관 명의 계좌로 주식을 거래해 수사를 받는 사건도 있었다. 그는 미공개정보 활용 의혹은 부인했지만, 국민이 느끼는 신뢰의 균열은 이미 깊다.

세 사건의 양상은 다르지만 본질은 같다. '대표'라는 이름으로 받은 권한을 공적 책임이 아닌 사적 방패로 바꿔 썼다. 권력은 직위에 있지 않고, 그것을 대하는 태도에 드러난다. 민원을 누르고, 반복된 유죄에도 자리를 지키며, 공적 정보와 사적 이익의 경계를 흐리는 태도는 낯설지 않다.

고대 그리스 시라쿠사의 궁정 신하 다모클레스는 왕의 권력을 동경했다. 왕은 그를 왕좌에 앉히고 머리 위에는 실 한 가닥에 묶인 날카로운 검을 내걸었다. 다모클레스는 곧 권력의 자리가 편안한 지위가 아니라 긴장과 책임이 늘 함께하는 자리임을 깨달았다.

지방의회에서 국회까지, 선출직이라는 자리를 맡은 이들이 그 긴장을 너무 쉽게 잊고 있다. 잇따른 벌금형도 정치적 책임으로 이어지지 않고, "억울하다"는 해명과 버티기만 반복된다. 유권자의 칼은 무뎌지고, 칼끝의 방향마저 엉뚱한 곳을 향하기 일쑤다.

선출직은 이름값으로 버티는 자리가 아니다. 그 이름에는 유권자가 부여한 책임과 기준이 함께 있어야 한다. 공적 비판을 불이익처럼 여기거나, 사적 관계를 대의명분으로 포장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그 이름은 점점 신뢰를 잃을 것이다.

다모클레스의 검은 모든 권력 위에 걸려 있다. 최근 대통령의 예능 출연이 국가 전산망 장애 시기와 겹치면서 정치권 공방으로 번졌다. 대통령의 행보는 그 자체가 메시지다. 상징이 크면 책임도 크다. 시민의 시선은 그 무게를 헤아려야 한다.

권력의 자리 위에 검을 매다는 것은 제도가 아니라 시민의 감시다. 우리는 그 끝을 항상 날카롭게 벼리고 있는 다모클레스의 검이 돼야 한다.

이시각 주요뉴스
  • 한줄 의견이 없습니다.

한마디 쓰기현재 0 / 최대 1000byte (한글 500자, 영문 1000자)

등록

※ 광고, 음란성 게시물등 운영원칙에 위배되는 의견은 예고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