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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탈·징벌적 상속세, 고치는 시늉에 그쳐선 안 된다 [사설]
한국경제 | 2021-10-18 06:05:55
정부가 상속세제를 22년 만에 개편할 예정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달 초 국회에서 “조세재정연구원에 관련 연구용역을 맡겨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22년 묵은 상속세제 개편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그간 기재부 행태를 볼 때 시늉
만 내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기재부는 언제나 세수 확대를 최우선시하
며 상속세제 개편을 외면해왔고, 이번 연구용역 발주도 국회의 검토 주문에 떠
밀린 것이란 점에서 과연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적지 않다.

한국의 상속세제는 세계에서 가장 가혹한 세금으로 꼽아도 될 정도다. 최고세율
이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일본(55%)에 이어 2위다. 경영권이
포함된 대기업 주식에는 20% 할증된 60%의 세계 최고세율이 적용된다. OECD 국
가의 상속세 최고세율 평균(직계상속 기준 15%)의 네 배고, 두 번 상속을 거치
면 재산의 84%를 국가가 가져가는 방식은 분명 약탈적이고 징벌적이다. 삼성그
룹 유족은 상속세 분납 1차분 2조원을 내기 위해 모두 합쳐도 5%대에 불과한 삼
성전자 지분을 벌써 0.33%나 매각했다. 5년 내 더 내야 할 상속세가 여전히 10
조원 안팎에 달해 경영권 불안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이런 불안심리가 최근 주
가 급락을 부르기도 했다.

징벌적 과표를 20년 넘게 손대지 않은 건 정부의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미국만
해도 2018년 1인당 상속세 공제한도를 500만달러에서 1000만달러로 높였고, 1
997년부터는 오른 물가만큼 과표를 상향해 주고 있다. 스웨덴이 2004년 상속세
를 전면 폐지하는 등 북유럽 복지국가들도 합리적 상속세제 마련에 전향적 자세
다. 한국만 정반대다. 물가상승률 반영은커녕 기간 내 신고하면 상속세액의 10
%를 깎아주던 것도 2017년부터는 3%로 낮췄다. 사실상의 증세다. 그 결과 총조
세에서 상속·증여세 비중은 2.8%로, OECD 평균(0.4%)의 일곱 배에 달한
다.

기업 승계는 ‘부의 대물림’이 아니라 일자리와 기업가 정신의 대물
림으로 봐야 한다. 독일, 일본 등이 상속·증여세를 전액 공제하거나 자
산 매각 시점으로 납부를 유예해 주는 이유다. 상속세를 유산취득세로 바꿀 것
이란 얘기가 흘러나오지만 그 정도로 생색만 낼 요량이라면 곤란하다. 상속에
대한 적개심으로 가득한 상속법의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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