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게임체인저' 전고체 전지…가상공간서 무한반복 실험 길 열려
한국경제 | 2020-08-15 02:43:02
한국경제 | 2020-08-15 02:43:02
[ 이해성 기자 ]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하다 보면 열이 심하게 날 때가 있다.
드물지만 때론 폭발 사고도 발생한다. 스마트폰 배터리로 쓰는 2차전지(리튬이
온전지)의 가연성 구조 때문이다. 발열을 줄이고 폭발 가능성을 없앤 차세대 2
차전지 연구개발이 최근 활발해졌다.
전고체전지가 대표적이다. 리튬전지 내 이온이 오가는 통로인 가연성 액체 전해
질을 난연성 또는 불연성 고체로 대체한 전지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지난
5월 이 전지를 함께 제조하기로 발표하면서 주목받았다. 3월 삼성종합기술원은
기존 리튬전지보다 에너지 밀도가 1.3배 높고 1000번 이상 충·방전이
가능한 파우치형 전고체전지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전고체전지엔 고체 전해질로 ‘LPSCl’(리튬 인 황 염화물)가 주로
쓰인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채택한 소재도 이것이다. 가래떡처럼 무른 성
질을 가진 5~10㎛(마이크로미터) 크기의 구형 고체 입자다. 그런데 LPSCl는 단
점이 있다. 대기 중 수분과 만나면 유독가스인 황화수소를 발생시킨다. 전지 상
용화를 위해선 적절한 환경에서 실험을 무수히 반복하면서 최적 설계법을 찾아
내야 하는데, LPSCl 전고체전지는 유독가스 때문에 실험 자체가 어렵다. 일각에
서 “상용화까지 10년 이상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용민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에너지공학전공대학원 교수와 정윤석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교수팀은 전고체전지로 실험하지 않아도 가상공간에서 이를 재현
할 수 있는 디지털트윈 모델링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수학적 모델링이 이 기술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전지를 구성하는 소재의
전압, 전류, 농도, 위치, 시간 등을 변수로 편미분방정식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 방정식을 과전압, 이온 흐름, 충·방전 상태 등 다양한 물리화학적
거동을 분석할 수 있는 3차원 시뮬레이션으로 구현했다.
이 교수는 “전극과 전해질이 모두 고체(전고체)인 전지는 디지털트윈으로
먼저 성능을 검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기존 리튬전지는
액체 전해질에 전극 전체가 담기기 때문에 표면 화학반응 등을 쉽게 파악할 수
있지만, 전고체전지에선 이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크기가 다른 돌을 서로
맞댈 때 접촉면이 제한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번 연구 성과는 에너지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트에너지머티리얼스’에 실렸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연구단과 유승호 고려대 화공생명공학과 교수팀은
리튬전지 수명을 줄이는 열화(劣化:물리화학적 상태 악화) 과정의 원인을 찾았
다.
연구팀은 충·방전 시 온도를 달리하며 전자현미경으로 음극(이산화티타
늄) 상태를 관찰했다. 그 결과 40도 이상에서 음극 나노입자가 잘게 쪼개지는
상변화가 일어나면서 에너지 장벽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치 동맥경화
처럼 이온의 이동 경로가 막혀 전지의 성능이 급격하게 떨어졌다는 것이다. 스
마트폰을 수년 쓰다 보면 충전 주기가 갈수록 짧아지는 것과 관계가 있다.
연구팀 관계자는 “2차전지 열화 과정의 원인을 분자 수준에서 새롭게 규
명한 것”이라며 “차세대 전지 설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rdquo;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미국화학회지에 실렸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 한국경제 & hank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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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물지만 때론 폭발 사고도 발생한다. 스마트폰 배터리로 쓰는 2차전지(리튬이
온전지)의 가연성 구조 때문이다. 발열을 줄이고 폭발 가능성을 없앤 차세대 2
차전지 연구개발이 최근 활발해졌다.
전고체전지가 대표적이다. 리튬전지 내 이온이 오가는 통로인 가연성 액체 전해
질을 난연성 또는 불연성 고체로 대체한 전지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지난
5월 이 전지를 함께 제조하기로 발표하면서 주목받았다. 3월 삼성종합기술원은
기존 리튬전지보다 에너지 밀도가 1.3배 높고 1000번 이상 충·방전이
가능한 파우치형 전고체전지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전고체전지엔 고체 전해질로 ‘LPSCl’(리튬 인 황 염화물)가 주로
쓰인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채택한 소재도 이것이다. 가래떡처럼 무른 성
질을 가진 5~10㎛(마이크로미터) 크기의 구형 고체 입자다. 그런데 LPSCl는 단
점이 있다. 대기 중 수분과 만나면 유독가스인 황화수소를 발생시킨다. 전지 상
용화를 위해선 적절한 환경에서 실험을 무수히 반복하면서 최적 설계법을 찾아
내야 하는데, LPSCl 전고체전지는 유독가스 때문에 실험 자체가 어렵다. 일각에
서 “상용화까지 10년 이상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용민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에너지공학전공대학원 교수와 정윤석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교수팀은 전고체전지로 실험하지 않아도 가상공간에서 이를 재현
할 수 있는 디지털트윈 모델링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수학적 모델링이 이 기술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전지를 구성하는 소재의
전압, 전류, 농도, 위치, 시간 등을 변수로 편미분방정식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 방정식을 과전압, 이온 흐름, 충·방전 상태 등 다양한 물리화학적
거동을 분석할 수 있는 3차원 시뮬레이션으로 구현했다.
이 교수는 “전극과 전해질이 모두 고체(전고체)인 전지는 디지털트윈으로
먼저 성능을 검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기존 리튬전지는
액체 전해질에 전극 전체가 담기기 때문에 표면 화학반응 등을 쉽게 파악할 수
있지만, 전고체전지에선 이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크기가 다른 돌을 서로
맞댈 때 접촉면이 제한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번 연구 성과는 에너지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트에너지머티리얼스’에 실렸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연구단과 유승호 고려대 화공생명공학과 교수팀은
리튬전지 수명을 줄이는 열화(劣化:물리화학적 상태 악화) 과정의 원인을 찾았
다.
연구팀은 충·방전 시 온도를 달리하며 전자현미경으로 음극(이산화티타
늄) 상태를 관찰했다. 그 결과 40도 이상에서 음극 나노입자가 잘게 쪼개지는
상변화가 일어나면서 에너지 장벽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치 동맥경화
처럼 이온의 이동 경로가 막혀 전지의 성능이 급격하게 떨어졌다는 것이다. 스
마트폰을 수년 쓰다 보면 충전 주기가 갈수록 짧아지는 것과 관계가 있다.
연구팀 관계자는 “2차전지 열화 과정의 원인을 분자 수준에서 새롭게 규
명한 것”이라며 “차세대 전지 설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rdquo;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미국화학회지에 실렸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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