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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글로벌 경쟁력" 명분 뒤, 길어진 장(場)의 그림자
프라임경제 | 2025-10-23 14:43:12
[프라임경제] "이제 주식도 24시간 거래하는 시대가 왔다."

글로벌 주요 증시가 앞다퉈 밤낮없이 굴러가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은 내년 하반기부터 하루 종일 거래가 가능한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고, 영국·독일·홍콩도 뒤를 잇고 있다.

한국거래소 역시 거래시간을 기존 6시간30분에서 12시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표면적인 명분은 분명하다. 해외 자금의 유입을 늘리고 글로벌 경쟁 속에서 국내 시장의 위상을 지켜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상적인 명분에도 불구하고, 감수해야 할 현실의 부담이 만만치 않다. 거래시간 연장은 곧 시장 참여자 모두의 부담을 의미한다.

노동조합은 근로환경 악화를 이유로 전면 반대에 나섰다. 증권사 설문조사에서는 '8시 개장'이 가장 높은 선호를 받았지만,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입장은 극명하게 갈렸다.

대형사는 거래 기회 확대를 기대하지만, 중소형사는 전산·운용 인력의 새벽 근무와 막대한 시스템 업그레이드 비용을 우려한다. 효율성과 비용 사이에서 업계의 이해는 갈라지고 있다.

투자자도 마찬가지다. 장이 열려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고 해서 모든 투자자가 혜택을 보는 것은 아니다. 직장인과 자영업자 등 대다수 개인은 하루 종일 이어지는 시장을 온전히 감당할 수 없다.

'24시간 개장'에 대한 압박은 피로감을 누적시키고 건전한 투자 판단을 오히려 해칠 수 있다. 거래 편익을 내세웠던 제도가 투자자의 삶을 갉아먹는 결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준비 없는 확장이다. 증권사 인력·전산 체계는 아직 24시간 거래에 맞춰져 있지 않다.

지난 3월 출범한 대체거래소 넥스트트레이드는 기존 독점을 깨며 시장의 활력을 불어넣었지만, 출범 직후 잦은 전산 오류로 신뢰에 타격을 입었다. 거래시간만 늘리고 안정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국내 주식시장은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글로벌 경쟁력이라는 명분은 타당하다. 그러나 제도의 진정성을 확보하려면 그에 걸맞은 인프라와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

근로환경, 투자자 보호, 시스템 안정성 없이 거래시간만 늘리는 것은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과 다르지 않다. 장은 길어질 수 있다. 하지만 투자자의 숨이 짧아진다면, 그 시장은 오래 버티지 못한다.

박진우 기자 pjw19786@newsprime.co.kr <저작권자(c)프라임경제(www.newsprime.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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