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데이터센터 막는 與 엇박자
파이낸셜뉴스 | 2025-11-04 18:35:03
파이낸셜뉴스 | 2025-11-04 18:3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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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민권 정보미디어부 |
올해 고양시의회 홈페이지에는 고양시 일대에 추진 중인 데이터센터 건립에 반발한 주민들의 항의 글이 잇따랐다. 거주지 인근에 데이터센터가 지어지면 전자파, 소음, 열섬현상 등 생활환경에 심각한 피해가 우려된다는 이유다.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법적 기준치 이내에서 인체에 무해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통하지 않았다. 애초에 기준치가 너무 높게 설정됐거나, 장기적 노출에 대한 영향은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는 반발에 맞닥뜨렸다.
고양시가 지역구인 여당 의원들도 데이터센터 건립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이기헌 의원은 문봉동 일원 데이터센터 건립이 조건부 승인되자 심의에 문제를 제기하며 건축허가 절차 중단을 요구했다. 같은 당 김성회·김영환 의원 역시 "주민 동의 없는 데이터센터 건립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고양시의회는 직접 특별위원회를 꾸려 현재 시에서 운영 중이거나 건립 계획이 있는 10개 데이터센터에 대한 건립 적정성 여부 조사에 들어갔다.
정부가 수조원을 투자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립에 강력히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데, 일부 여당 의원들은 데이터센터 구축 반대에 앞장서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지역 표심을 외면할 수 없는 정치인의 현실적 어려움을 고려해도 국민들에겐 지역우선주의로 비칠 소지가 크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9년 발표한 120조원 규모의 용인 반도체 1기 팹(공장)을 올해 천신만고 끝에 착공했다. 당초 착공이 예정된 2022년보다 3년이나 미뤄졌다. SK하이닉스가 용인 주변 지자체 반발, 토지보상 협상 난항 등에 발목이 잡힌 사이 경쟁사들은 발 빠르게 투자에 나섰다.
글로벌 빅테크들의 대규모 투자로 한국은 AI 중심지로 부상할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그러나 정치권이 또다시 갈등만 키우며 첨단산업 육성에 손을 놓는다면 SK하이닉스 투자 지연과 같은 사태는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 데이터센터가 기피시설로 인식되는 것을 막으려면 정치권의 역할이 중요하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데이터센터가 있는 지역의 수도권으로부터의 거리·인구수·개발 정도 등을 고려해 지원비율에 차등을 두도록 한 '지능정보화 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뒷받침하려면 법안 발의에 그치는 게 아닌 실질적 입법이 요구된다. 정부도 구체적인 데이터센터 입지 기준을 마련해 불필요한 갈등을 줄여야 한다. 정부·정치권의 운용의 묘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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