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워치 | 2025-10-28 14:00:02
[비즈니스워치] 정혜인 기자 hij@bizwatch.co.kr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요즘 부쩍 바빠졌습니다. 자신의 일본 웹사이트 내 블로그에 글을 부지런히 올리고 있기 때문인데요. 올해 들어 이 블로그에는 8개의 게시글이 올라왔는데, 그 중 6개가 지난 9월 19일 이후에 집중돼 있습니다. 이달에는 4건이나 올렸죠.
내용은 전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비판입니다. 롯데네슬레코리아 철수, 베트남 도시개발사업 철수, 신동빈 회장의 고액 보수, 자금조달 어려움 등 최근 롯데그룹의 악재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경영 실패'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바빠진 움직임
신 전 부회장이 거론한 사안들을 살펴보면 모두 한국 언론의 보도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며 신동빈 회장의 경영 능력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19일에는 신 회장의 고액 보수 문제를 제기했는데요. 우리 국회에서도 신 회장의 보수를 비판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신 전 부회장은 "보수는 어디까지나 실적이나 기업 가치 향상 등에 대한 기여의 대가로서 받아야 하는 것"이라며 "더구나 실제로 상근하지도 않으면서 상근 임원으로서의 보수를 받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적었습니다.
또 같은달 24일에는 롯데네슬레코리아가 11년 만에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며 257억원의 손실을 냈다는 점을 부각시켰습니다. 지난 8일에는 베트남 호치민시 도시개발사업 철수를 다루며 "과거 중국 선양 프로젝트 실패의 재현"이라는 표현을 썼고요. 20일에는 롯데지주의 자금난을, 27일에는 롯데백화점 강남점 리뉴얼 불발을 언급했습니다.
이렇게 신 전 부회장이 집중적으로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 건 주주대표소송을 앞두고 한국 내 여론을 환기시키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 8월 롯데지주 지분 1만5000주를 4억2000만원에 매입했습니다. 신 전 부회장이 사들인 1만5000주는 롯데지주 전체 발행 주식 1억490만9237주의 0.01% 수준입니다.
당시 신 전 부회장은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롯데지주 지분을 사들였다고 발표했습니다. 주주대표소송은 주주가 다른 주주들을 대표해 회사에 손실을 끼친 전·현직 이사, 감사 등에게 책임을 추궁하기 위해 제기하는 소송인데요. 상법에 따르면 발행주식의 1만분의 1 이상을 6개월간 보유하면 주주대표소송을 낼 수 있습니다. 신 전 부회장이 롯데지주 지분을 중도 처분하지 않는다면 2월에는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자격을 확보하게 됩니다.
또 롯데 흔들기
주주대표소송은 결국 '이사회가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것을 입증해야 합니다. 신 전 부회장 입장에서는 내년 2월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신동빈 회장이 경영을 망쳤다'는 여론을 만들어두는 게 좋겠죠. 한국 주주들과 투자자들에게 신동빈 회장의 경영 실패를 각인시켜야 소송에서도 더 유리할 테니까요.
흥미로운 점은 이 모든 글이 일본어로 쓰여 있고 일본 웹사이트에 올라가 있다는 점입니다. 롯데지주는 한국 회사고 주주대표소송도 한국에서 해야 하는데 말이죠. 아마도 신 전 부회장이 한국어를 잘 하지 못한다는 점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신 전 부회장은 동생 신동빈 회장과 달리 한국어가 서툴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신 전 부회장의 최종 목표가 결국 한국이 아니라 일본에서의 경영권 회복에 있기 때문이라고 보기도 합니다. 블로그를 통해 한국 자회사들의 경영 부실을 부각시켜 '신동빈은 무능하다'는 프레임을 만들고, 이를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들에게 전달하려는 의도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의 주주대표소송 역시 일본 경영 복귀를 위한 수순으로 볼 수 있습니다. 소송에서 '신동빈 경영 실패'에 대한 법적 판단을 받아낸 후 이를 일본에서 이사 해임의 근거로 활용하려는 전략이겠죠.
신 전 부회장은 2015년 경영권 분쟁 이후 10년간 소송전을 이어왔지만 단 한 차례도 승소하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신 전 부회장이 계속 소송을 이어가는 건 '승리'보다는 신동빈 회장을 흔드는 게 목적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옵니다. 특히 2022년 말 한국 롯데그룹 상장사 지분 전량을 처분하며 약 1조4000억원의 현금을 챙긴 후 스스로 주주 지위를 포기했다가, 이제 와 다시 소액 지분을 사들여 주주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재계 관계자는 "일본에서의 소송이 모두 패소로 끝난 만큼 이번에는 한국에서 법적 근거를 확보한 뒤 일본 경영권 탈환에 나서려는 우회 전략일 수 있다"면서 "실제 경영 개선을 기대하기보다는 '흔들기'에 가깝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관련업계에서는 신 전 부회장의 행보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입니다. 수년째 반복되는 주장과 판을 뒤집을 만한 카드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년에 신 전 부회장이 실제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지, 그리고 그 결과는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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